투자/주식 기초

주가를 정하는 요소 3

moonlabmoon 2026. 4. 23. 21:13

지난 세 편에 걸쳐 주가를 세 층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가치, 기대값, 시장환경.

이 프레임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구조는 누군가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대가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각자 자기 언어로 이미 쓰고 있던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사실을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돈을 버는 이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왜 돈을 버시나요?
그 대답은 찾으셨나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사랑에서,
누군가는 성취에서,
누군가는 자유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평범한 하루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고, 그래서 살아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런데 뼈대를 뜯어보면, 결국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이 다를 뿐, 향하는 곳은 비슷합니다.

 

투자도  비슷합니다.

각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지만, 그 방법과 이유가 완전히 다릅니다.

 

누군가는 기업을 믿고 버티고,
누군가는 흐름을 읽고 움직이고,
누군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배팅합니다.

 

어느 쪽이 더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뿐입니다.

 

투자를 잘하려면, 결국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했을때 성과가 좋은가를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느 방식이 더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따로 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대가로 불리는 투자자들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각각 방식을 언어로 정리했고, 그 언어가 공식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네 명의 공식을 하나씩 꺼내서 그것이 어떻게 세 축으로 환원되는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레이엄에서 시작해서, 버핏으로 이어지고, 막스와 달리오로 넘어갑니다.


그레이엄 — 가치의 원형을 그린 사람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1930년대, 대공황 직후의 시장에서 그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주식의 진짜 가치는 얼마인가."

시장 가격이 아니라, 그 기업 자체의 가치.

그는 이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 세 가지를 보았습니다.

자산가치. 이익의 힘. 그리고 성장성. 

즉, 이미 있는 것, 지금 벌고 있는 것, 앞으로 늘어날 것에 걸쳐 주가를 세 층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자산은 이 기업이 지금까지 쌓아둔 것. 이익의 힘은 지금 벌어들이고 있는 돈. 성장성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

이 세 가지를 합쳐서 그는 "내재가치(intrinsic value)"를 구했습니다.

그레이엄의 유명한 공식은 이렇습니다.

V = EPS × (8.5 + 2g)

EPS는 주당순이익. g는 기대 성장률. 8.5는 무성장 기업에 부여되는 기본 PER.

이 공식을 한 번 뜯어보면, 여기에 이미 세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EPS는 가치입니다. 지금 이 기업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 g는 기대값입니다. 시장이 앞으로 얼마를 더 얹어줄지에 대한 판단. 8.5라는 기본 배수는 시장환경입니다. 당시 금리 수준이 반영된 값.

그레이엄은 3축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그의 공식 안에는 이미 세 축이 섞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를 더 말했습니다.

"시장은 미스터 마켓(Mr. Market)처럼 변덕스럽다. 어떤 날은 비싸게 팔려 하고, 어떤 날은 헐값에 내놓는다."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시장이 붙이는 가격은 흔들린다는 이야기.

이게 가치와 기대값이 다르다는 첫 선언이었습니다.


버핏 —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기다린 사람

워런 버핏은 그레이엄의 제자입니다.

버핏은 더 짧게 말합니다.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받는 것이다."

이 한 줄이 버핏의 모든 것을 압축합니다.

가격은 시장이 지금 붙여놓은 숫자. 가치는 그 기업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

이 둘이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습니다.

가치보다 가격이 훨씬 낮을 때, 버핏은 그 기업을 샀습니다.

그리고 오래 들고 있었습니다.

코카콜라를 1988년에 사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고, 애플을 2016년부터 큰 비중으로 들고 있습니다.

버핏의 실전 공식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주가 = 내재가치 × 시장의 광기·공포

내재가치는 그레이엄에게서 물려받은 개념. 가치 축입니다.

"시장의 광기·공포"는 시장이 지금 어디쯤 기울어 있는지. 기대값 축과 시장환경 축이 섞여 있는 영역입니다.

버핏은 이 두 영역을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내재가치는 자기가 계산할 수 있는 것. 광기와 공포는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것.

그래서 그는 자기가 계산할 수 있는 쪽에만 집중했습니다.

버핏의 또 다른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이 문장은 단순한 반대매매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장이 광기에 빠졌을 때는 기대값이 과도하게 부풀어 있다는 뜻이고,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는 기대값이 과도하게 눌려 있다는 뜻입니다.

가치는 그대로인데, 기대값만 흔들리는 순간.

그 순간을 기다리라는 조언입니다.


막스 — 시장의 위치를 읽은 사람

하워드 막스는 다른 자리에 섰습니다.

그는 기업 하나하나를 파는 대신 시장 전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봤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비유가 있습니다.

"시장은 진자처럼 움직인다."

낙관에서 비관으로. 탐욕에서 공포로. 확신에서 의심으로.

시장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간에 머무는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막스의 실전 프레임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투자 성과 = 자산의 펀더멘털 × 사이클 위치

펀더멘털은 이 기업이 어떤 회사인가. 가치 축입니다.

사이클 위치는 지금 시장이 어느 계절에 있는가. 시장환경 축입니다.

막스의 유명한 명제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언제 얼마에 사느냐다."

"무엇을 사느냐"는 가치에 대한 질문이고, "언제 얼마에 사느냐"는 기대값과 시장환경에 대한 질문입니다.

막스는 이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좋은 기업도 잘못된 시기에 사면 망할 수 있고, 평범한 기업도 바닥에서 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관점.

그가 운영하는 오크트리(Oaktree)는 지금 1,2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아무도 부실 채권을 쳐다보지 않던 시기에 막스는 대규모로 매수했습니다.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자가 한쪽 끝에 도달했다는 신호였습니다.

버핏이 기업의 안을 봤다면, 막스는 기업 주변의 공기를 봤습니다.


달리오 — 바깥을 해부한 사람

레이 달리오는 또 다른 자리에 섰습니다.

그는 개별 기업도, 시장 심리도 아닌 경제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봤습니다.

달리오는 경제를 "기계"라고 불렀습니다.

금리, 부채, 신용, 통화.

이 톱니바퀴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어떤 계절이 오고 있는지.

그는 이 기계의 움직임을 수십 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달리오의 실전 공식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자산 가격 = 경제 성장 + 인플레이션 + 리스크 프리미엄 + 유동성

네 가지 변수가 모두 기업 바깥의 것입니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시장환경. 유동성도 시장환경. 리스크 프리미엄은 시장이 불확실성에 얹는 배수. 기대값의 일부입니다.

달리오는 기업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업을 둘러싼 모든 것을 봤습니다.

1996년, 그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경제에는 네 가지 계절이 있다.

성장이 예상보다 높은 시기. 성장이 예상보다 낮은 시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시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은 시기.

어느 계절이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달리오는 모든 계절에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올웨더(All Weather).

어떤 계절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

2020년 코로나로 S&P 500이 30% 가까이 빠졌을 때, 올웨더 전략은 6%만 빠졌습니다.

바깥 공기가 어떻게 바뀌든 견디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기업 안을, 막스가 기업 주변의 공기를 봤다면, 달리오는 그 모든 것이 담긴 거대한 틀 자체를 봤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뼈대는 같다

이제 네 사람의 공식을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그레이엄: V = EPS × (8.5 + 2g) → 가치 × 기대값 × 시장환경

버핏: 주가 = 내재가치 × 시장의 광기·공포 → 가치 × (기대값 + 시장환경)

막스: 투자 성과 = 자산의 펀더멘털 × 사이클 위치 → 가치 × 시장환경

달리오: 자산 가격 = 경제 성장 + 인플레이션 + 리스크 프리미엄 + 유동성 → 시장환경 + 기대값

네 공식을 세워두고 보면 뼈대가 같다는 게 보입니다.

모두 가치, 기대값, 시장환경이라는 세 힘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지 강조하는 비중과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입니다.

그레이엄은 가치를 뿌리로 잡고 위에 기대와 환경을 쌓았고, 버핏은 가치와 광기·공포를 두 축으로 나누었고,

막스는 가치와 사이클을 양손에 들었고, 달리오는 가치를 잠시 옆에 두고 메크로 시장의 환경에 집중했습니다.

같은 시장을, 같은 기업을, 각자의 각도에서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 힘, 하나의 시장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사람처럼 평생을 바쳐 한 축을 깊이 파는 일은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어느 축을 주로 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

기업 안을 보고 있는지. 시장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지. 바깥 공기를 보고 있는지.

그걸 알고 있으면 같은 주가 앞에서도 해석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치만 보던 사람은 시장환경이 바뀔 때 당황했을 것입니다. 시장환경만 보던 사람은 기업 안의 변화를 놓쳤을 것입니다.

세 축을 동시에 완벽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어느 축이 지금 움직이고 있는지를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같은 하락 앞에서, 같은 상승 앞에서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네 편의 글을 여기서 맺습니다.

처음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같은 숫자를 두고 왜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하는가.

이제 그 답이 조금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바라보는 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네 명의 대가도 각자 자기 축에서 자기 언어로 같은 구조를 말해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다르듯, 투자자마다 시장을 보는 길이 다를 뿐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그 뼈대를 보는 순간, 주가는 더 이상 하나의 숫자가 아니게 됩니다.